바이러스야 바이러스야



퇴근 후 오후 라디오와 티비 뉴스를 시청하는 제일 큰 스탠톤 덕에 아이들이 오늘 제일 많이 귀 기울여 들은 단어가 바이러스(virus)가 되어 버렸다. 결국 WHO가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고, 다우 증시가 폭락했고, 이탈리아의 확진자는 늘어나고, 영화배우 톰 행크스도 확진이라하고 이렇고 저렇고, 블라 블라. Virus. Virus. Virus.
팬데믹이라. 내 기억이 맞다면 1월 중순 이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가 널리 알려졌으니 약 2달 동안 계속 인류를 의심과 공포속으로 서서히 밀어넣으며 결국은 공식적인 항복을 받아낸 셈이랄까.
뉴질랜드는 공식 확진자가 5명으로 상당히 낮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은 볼 수가 없으며 아직까지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가 금지 되었거나 금지를 장려한다는 등의 어떤 안내도 받은 바 없다.
그러나 여럿이 모이면 당연히 화제의 중심에 오르고 있고, 뉴스의 모든 내용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내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의 공포 내지는 영향이라고 할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약 2주전 뉴질랜드에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때 (이란가족을 만나고 돌아온 뉴질랜드 국적인) 그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터라 우리도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버닝스( 마이터텐과 함께 뉴질랜드 최대 DIY 관련 공구점 중 하나)를 갔더랬다. 그러나 매장에서 볼 수 있었던 건 먼지 막이 마스크 5개 들이 3팩이어서 그거 2팩을 샀다. 그리고 들른 마이터텐에서는 마스크는 단 한개도 볼 수 없는 대신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제한량 안내 뿐이었다 (영어와 중국어 안내). 아! 우리가 너무 늦은 것이었다. 이미 가운데 나라 사람들이 대부분의 마스크를 사버렸다는 루머를 그 뒤엔가 들은 듯 하다. 그리고 또 오늘 치과에 검진차 다녀온 우리 큰 스탠톤이 들은 바에 의하면 오클랜드에 있는 어느 치과 의사가 대량의 치과용 마스크를 구매해 가운데 나라에 팔아 버리는 바람에 전국의 치과에서 마스크가 부족해져 가고 있단다. 뉴질랜드에는 치과용 마스크를 제조하는 곳이 없어서 그 치과의사는 곧 치과 휴업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걱정스럽게 얘기를 전했단다.
그리고 마스크를 구매한 다음 날 들른 대형 슈퍼마켓. 평일보다 바쁜 주말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카운터 앞에 늘어진 긴 줄을 그 전엔 본적이 없었다. '아! 이곳 사람들도 태평하게 다른 나라 얘기로만 생각하는건 아니구나. 그렇지 바이러스에 국경이 있는것도 아닌데. 이곳까지 날라 오는 것도 시간 문제 이리라.'

개인 적인 생각으로 국토당 살고 있는 거주자의 수가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장려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운동이 없어도 일단 사람과의 거리가 멀어 바이러스의 전파가 한국만큼 빠르지는 않을 듯 싶다.
또한 다수의 확진자가 생겨 나더라도 이미 다른 나라에 비해 시간을 벌어 두었기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할 듯도 싶다. 하여 "왜 바이러스 얘기만 계속 나와?" 하는 우리 막내 스탠톤에게 아직은 어른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많이는 공유하고 싶지 않은데, 괜찮겠지???
시골에 계신 울 어머니에겐 동네분만 만나라고 신신당부했는데 혹시라도 큰 병원 갈일이 생기거나, 동네분이 어디 다른 사람을 만나 바이러스를 옮겨오면 어쩌나, 서울에 있는 울 언니는 사람들 여럿 있는 곳으로 출근하고 있는데 별일 안생기기를. 울 오빠네 동네에는 아직 확진자가 없는것 같은데 다들 괜찮겠지? 한국 - 오클랜드 비행기도 끊겨서 쉽게 갈 수도 없는데 무슨 나쁜일이 생기면 어쩌나. 매일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그냥 고개를 흔들 수 밖에 없는 요즘 참. 쉽지 않다.
나쁜 바이러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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