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1( feat. 호두 털이)



며칠 전 부터 아이들이 콧물과 함께 간헐적 기침을 시작하더니(특히 새벽녁에 주로) 목요일 저녁부터는 남편도 비슷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일단 목요일 학교를 쉬었고 (가기 싫어하는듯 보여) 금요일 아침 아이들 등교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밤새 뒤척이던 남편이 멈추었다. 가벼운 감기일 확률이 높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 이런 상태로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는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것 같다며. '아이들 보내고 나는 좀 쉬고 싶은데..'가 나의 첫 속마음이었지만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 아니 조심해야 할 시국이다. 현 상황에서는 감기라도 다른 아이들에게 옮기는 것은 민폐일테니 말이다. 하여 금요일 하루 더 아이들의 휴일이 보태어 졌고 그 말은 즉 long weekend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남편은 꽤 자주 나머지 우리는 한달에 한번 정도 가는 Stanton 가족(남편 부모님, 남편 누나)의 산속 별장(?? ㅎㅎ 별장이라니)이 있다. 넬슨에서 차로 약 2시간정도 걸리는 곳으로 우리 둘째는 너무 꼬불거리는 길이라 가자고 할때마다 인상을 쓰지만 일단 가서는 나름대로 재밌게 노는 우리만의 장소. 그래 긴 주말이니 거길 가자!! 라고 큰 스탠톤이 제안했고 박과 나머지 두 스탠톤은 그래 그러지 뭐. 라는 분위기로 2박 3일의 주말 산책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장소로 가는 길에서 약 10분만 운전하여 빠지면 되는 곳에 Tapawera 라는 곳이 있다. 한~두달 전에 남편이 그 근처에서 볼일이 있어 약 2시간 동안 우리는 그곳 공원과 학교 운동장에서 아주 재미있게 놀았고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 약속을 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호두나무들 때문이었다.

4Square 슈퍼마켓 뒤로 있는 Reserve 같은 공원둘레에 약 20-30여 그루의 호두나무가 있는데 그 당시는 아직 수확할 때가 되지 않았고 지금이라면 약간은 주울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따라라..
아주 작은 크기의 나무들도 엄청 많은 열매들이 달려 있었고 좀 더 큰 나무 들에는 더 많은 열매들이 (일부는 끝부분이 벌써 열리는) 달려 있는 상황이었다. 아이와 놀러온 어떤 엄마도 몇개 줍는 모습이 보였고. 우리는 바닥에 떨어진 호두들을
준비해온 장 바구니에 하나 둘씩담기 시작했다. 금요일 오후 2시경 호두를 줍는 건 나와 내 남편 둘 뿐이었고 (아이들은 뛰어 노느라, 킥보드를 skate park에서 타느라, 또 어느집 담벼락의 청포도를 따먹느라 바빴고) 바닥은 물론 나무를 살짝 흔들면 후두두둑 떨어지는 호두들을 담기 시작한지 2-30 여분 만에 우리는 장바구니를 모두 채웠다. (우리만의 호두 털이 Day)

우리가 호두를 주울때 공원 근처에 살던 아저씨가 우리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하며, 몇달 기다리면 잘 말라서 먹기 좋을텐데 기다리지 벌써 줍냐고(우린 다시 안 올듯요. 그리고 집에 가서 말려도 되요. 그럼 벌레도 덜 먹을걸요? ) . 자기 아들은 철마다 호두를 주워 마을 지나가는 외부 손님들한테 파는 용돈 벌이를 한다고도 했다. (그 돈 모두는 아이스크림으로 바뀐다고).
즐겁에 주운 호두는 약 4-5개월(더 오래일수도) 말리면 우리 Park And Stanton의 맛난 간식이 될듯하다.
자~ 잔뜩 주운 호두와 (또 수북히 설이한 포도와) 함께 계속 가자. 주말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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