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다.



삼겹살(마늘, 고추 많이 넣어), 등갈비찜, 떡볶이, 양념통닭, 어쩌면 자장면도?
지금 당장 먹을 수 없기에 지금 먹고 싶은 음식들이다. 등갈비찜은 친구 J와의 통화 후 급부상한 메뉴이고 나머지는 평소에 꾸준히 먹고 싶어했던 듯 하다.
삼겹살은 당장 고기만 사오면 먹을 수 있지만 깻잎이 여긴 없고, 떡볶이는 한국 슈퍼에 가서 떡과 어묵을 사오면 되지만 내가 만든 떡볶이는 별로 간절하지 않다.
양념통닭은 한번 성공한 적이 있어 만들 수도 있겠지만, 아 귀찮아서 통과. 자장면은 흠. 대체가 안된다.
아 쓰다 보니 생각나는 엄마표 숯불돼지갈비. 엉엉 먹고싶다.

해외에서 살다보면(요리에 영 소질이 없는 사람으로) 원래 좋아하던 음식은 물론 평소에 눈길도 안 주던 음식들이 갑자기 자신의 정체를 들어내며 먹어달라 아우성칠때가 있다.
어떨때는 그게 순대국(우~)이였고, 또 어떨때는 부대찌게(가끔 먹으면 맛나쥐~)일 때도 있다. 며칠 동안 한 음식이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든 비슷한 재료를 구해서 인터넷에서 찾은 요리법으로 해먹어 보기도 하지만, 엄마나 언니가 만들어준 것과 같을 리 없고, 식당에서 사먹던 조미료 그득한 맛집 음식이 될 리가 없다.
그러므로 1년에 한번 정도 한국에 가게 되면 머리 속에 적어둔 메뉴 미션표에 도장을 찍는 것이 큰 임무이고 낙이다. 그런 낙을 고대하며 1년을 버티는데(버틴다니 좀 슬프게 들리네),
올 가을의 내 식도락 여행에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 그 깜박거리는 경고등은 다시 내 메뉴표를 길게 그리고 슬프게 만들고 있다.

엄청난 연습으로 내 요리 실력을 일취월장 시키는 것과, 바이러스의 획기적인 치료제가 나오는 것중에 어느것이 더 빠를것인가?
슬프게도 둘 다 쉬어 보이질 않는 배고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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