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는 잡초인가?



참치, 마요네즈, 따뜻한 밥 그리고 아보카도.(오이도 더하면 좋고)
아~ 간단히 밥만 지은 후 먹을 수 있는 나의 최애 점심 메뉴.
바삭한 토스트에 버터를 바른 후 잘 익어 부드러운 아보카도를 올리고(토마토 추가면 더 좋아) 후추가루와 소금을 살짝 뿌리면, 우리 아들이 즐기는 아침 메뉴.
언제나 맛있는 우리들의 아보카도가 뉴질랜드에서는 다행이도 저렴하고 흔하다. 딱히 멕시코나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국내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 나라에서 재배가 잘된다는 얘기겠지. 그래서 작년 가을에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서 우리가 먹고난 아보카도 씨를 심었더랬다. 컵에 물을 가득 담은 후 기르는 방법이 주였고, 직접 흙에 심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일단 흙에 심었는데(이때 동그란 씨의 반정도는 흙위로 나오게), 흠 한달이 더 지나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이 씨가 거무스름하게 썩어가기만 했다. (물은 자주 준 듯하다. 너무 마르지 않을 정도로). 결국 어느날인가 이렇게는 키울 수 없나 싶은 생각으로 화분을 엎었는데 이럴수가.
흙에 잠겨있던 씨의 하단부의 반이 열려있고 새끼 손가락 한 마디만한 하얀 뿌리가 씨를 뚫고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실패가 아니었다. 조용히 아주 느리게 아보카도는 뿌리를 내리고 있던 것이다. 나는 잽싸게 그러나 조심조심 씨를 다시 흙에 심었고 그 후로는 더 열심히 물을 주었더랬다.

그렇게 다시 심어진 아보카도 씨는 어느날인가 녹색의 싹을 틔웠고, 잎을 더 크게 늘였고 키도 커졌다. 약 30cm 자랐을 즈음에 반 정도로 잘라 주었더니 그 뒤로는 옆가지가 더 많이 생기고 키는 덜 자라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만의 아보카도가 생긴 것이다. 야호~

아보카도를 키우는게 별게 아니구나 생각하며 열심히 첫번째 나무를 잘 키우던 중 내 아보카도와 너무나 비슷한데 키는 2-3배 더 큰 나무가 우리 집 창문 옆 작은 정원에서 눈에 띄었다. 그때까지는 그냥 원래 있던 이름 모를 나무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내 아보카도 잎이랑 그 이름 모를 나무 잎이 너무나 비슷하다. 주변에 자라고 있는 모든 나무들 잎을 조사해봤지만 비슷한 녀석은 찾을 수가 없었고 점점 더 그 나무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결국 나는 주변의 흙을 파서 혹시 아보카도씨의 남은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려 했다(내 첫번째 아보카도는 아직 말랐어도 단단한 씨가 땅위 나무 아랫부분에 붙어 있다.) 그러나 씨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고 계속된 의심의 눈길로 우리의 이름 모를 나무를 보고 지낼 즈음... 채소를 키우는 우리집 뒷마당 텃밭에서 또 비슷한 잎의 나무를 찾은 것이다. (얘는 약 10cm의 작은 녀석이었다.) 이 나무는 마침 키가 작았기에 뿌리 끝까지(거의) 확인이 가능했는데 (윗부분 길이에 해당하는 깊이만큼 팠다), 바닥 근처에 반이 벌어진 단단한 아보카도 씨가 달라붙어 있던 것이다. 그 후로도 5개의 크고 작은 아보카도 나무를 우리집 텃밭에서 찾아냈다.

총 8개의 아보카도(1개는 내가 심었고)가 현재 우리집 이곳 저곳에서 자라고 있다.
이들의 출생의 비밀은 간단하다. 우리는 음식 쓰레기를 분리해서 썩힌 후 거름으로 재활용하고 있는데, 아보카도 씨도 따로 버리지 않고 썩혀왔고, 우리 텃밭에 거름으로 버려진 그들은 꿋꿋이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 강한 생명력이라니. 굳이 애써 화분에서 발아시키는 노력이 필요없던 것이다. 그들은 잡초같은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아보카도 나무가 이렇게 많다고 해서, 우리 식구가 곧 모든 식사에서 아보카도를 먹을 수 있다는 해피엔딩은 아니다.
씨로 발아시켜 키운 아보카도 나무는 최소 10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가 지나 열매를 맺는단다. 아예 안 맺을 수도 있고.
농장에서는 기존의 열매를 맺는 나무에서 꽃봉오리가 있는 가지를 새 나무에 접붙이는 방식으로 나무 수를 늘린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열매 맺는 엄마 아보카도를 구할 길은 없다.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일단 10년을 기다리거나, 친절한 이웃을 수소문 하거나 종묘장을 찾아야 할듯하다. 그리고 관리도 쉽지 않은 듯하다. 물을 주는 양도 적당해야 하고 특별한 거름도 자주 줘야 한다.

그때까지는, 비록 잡초처럼 태어났으나 언젠가는 빛나는 열매를 우리에게 안길 아보카도 나무들에게 열심히 물이나 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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